영성(靈性)
인간의 삶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부분이며 진정한 자기초월을 향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역동성을 통합하려는 고귀하고 높고 선한 것을 추구하는 삶의 실제 - 네이버 백과사전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p. 112
"나는 그녀가 남편을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애무와 육체적 위안에 대한 여성적 반응, 대개는 여자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사랑이라는 것을 그 이상으로 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포도 넝쿨이 아무 나무나 타고 자라듯, 어떤 대상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수동적인 감정이다. 세상의 지혜는 그런 감정의 힘을 알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원하면 여자에게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부추긴다. 사랑은 나중에 절로 생기게 마련이라고 장담하면서. 그것은 안전감에서 오는 만족, 재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누군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즐거움, 가정을 가졌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등이 어우러진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여자들은 거기에 무슨 정신적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감정도 열정을 막아낼 방비책이 없다. " - p. 156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 p. 159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더크 스트로브 p.184
(스트릭랜드의 블란치 스트로브의 누드화에 대한 더크 스트로브의 회고 후)
정말 나 역시 그를 사로잡았던 감정을 얼마간 느낄 수 있었다. 기묘한 감동이었다. 갑자기 가치 관념이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다. 일상의 사물들에 대한 반응이 전혀 다른 나라에 온 외국인처럼 어리둥절하여 서 있었다. 스트로브는 그림에 대해 얘기해 주려고 애썼으나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나는 그가 말하려는 것을 짐작해 볼 도리밖에 없었다. 스트릭랜드는 그때까지 자신을 얽매어왔던 굴레를 과감히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뭐랄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힘으로 넘치는 새로운 혼을 발견했던 것이다. 강렬하고 특이한 개성을 대담하고 단순하게 묘사한 것만은 아니었다. 살결은 열정에 가득한 어떤 관능, 불가해한 어떤 것을 품고 있는 관능으로 채색되어 있었는데, 그렇다고 채색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중량감, 그러니까 육체의 무게를 뚜렷하게 느끼게 해주는 그런 중량감에 그치는 것만도 아니었다. 거기에는 어떤 영적인 것이, 혼을 어지럽히는 전혀 새로운 어떤 영성이 깃들어 있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상상을 이끌어 가면서, 영원한 별들만이 빛나는 어둡고 텅 빈 우주를 - 벌거벗은 영혼이 두려움에 떨면서 새로운 신비를 찾아 모험의 여정을 나선 그런 우주를 -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중략)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그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옷도 아름답고, 강아지도 아름답고, 설교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돼먹지 않은 과장된 수사로 장식하려는 버릇이 있어 그 때문에 감수성이 무뎌지고 만다. 신령한 힘을 어쩌다 한번 체험하고선 그것을 늘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돌팔이 의사처럼, 사람들은 가진 것을 남용함으로써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p.192
"습관이 오래되면 감각도 무뎌지게 마련이지만 그러기 전까지 작가는 자신의 작가적 본능이 인간성의 기이한 특성들에 너무 몰두하는 나머지 때로 도덕 의식까지 마비됨을 깨닫고 당혹스런 기분을 느끼는 때가 있다. 악을 관조하면서 예술적 만족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약간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정직한 작가라면, 특정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반감을 느끼기보다 그 행위의 동기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하다는 것을 고백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법과 질서를 능멸하는 일이 될지라도 그렇다. 셰익스피어도 이아고를 고안해 냈을 때, 달빛과 상상의 실을 엮어 데스데모나를 상상해 냈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느꼈을 것이다. 작가는 악당을 만들어내면서 자기 안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본능 - 문명 세계의 법도와 관습이 잠재 의식이라는 저 신비로운 구석으로 몰아넣은 - 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가 창조해 낸 인물에 살과 뼈를 부여함으로써 작가는 다른 식으로는 방출될 수 없는 자신의 본능에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의 만족이란 하나의 해방감인 것이다." - p. 197
"(전략) 스트릭랜드는 물질적인 것에서 어렴풋이 어떤 정신적인 의미를 발견했던 모양이나 그것이 너무 이상스러워서 불완전한 상징으로 암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주의 혼돈에서 어떤 새 양식을 발견하고 온 영혼으로 괴로워하면서 그것을 서투르게나마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지. 나는 표현의 출구를 찾아 애타게 고뇌하는 정신을 보았던 것이다." - p. 210
"그림을 보게 되면 그의 기이한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잘못이었다. 그림을 보고 나니 그 사람이 불러일으켰던 놀라움이 더욱 커질 뿐이었다. 그의 실체로부터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 하기야 그것도 상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 그는 지금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힘이며, 어떤 방식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 머릿속에는 전하고 싶은 생각들이 들끓고 있음에도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정원사 아주머니 우산은 집 안에 있습니다> 따위인 것이다.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지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림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스트릭랜드에게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감이었다. " - p. 211-212
"그는 미장이니 목수니 하는 사람들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다. 일은 더 열심히 했다. 대개의 사람들이 생활을 품위 있고 아름답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돈에도 무관심했다. 명성도 안중에 없었다. 우리들 같으면 대체로 세상일에 적당히 타협하고 말지만 그는 그러한 유혹에 조금도 꺾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그를 칭찬할 수는 없다. 그는 그런 유혹조차 느끼지 못했다. 타협이란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파리에 살면서도 그는 테베 사막에 사는 은자보다 더 고독했다. 그가 친구들에게 바란 것은 오직 자기를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까지 희생시켰다(자기 희생쯤이야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스트릭랜드는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가 위대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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