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Netflix 다큐멘터리 추천> 13th

oilbeen 2020. 8. 28. 01:05

최근 흑인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다. 

조지 플루이드 사건부터, 의정부 고등학교 관련 샘 오취리 사건(이 계기로 Blackface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NBA 선수들의 보이콧까지 유발했던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까지 모두 흑인 차별과 관련된 일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볼수록 점점 의문만 커졌다. 왜 아직까지도 흑인들은 차별받고 고통받아야 하는지. 어떤 사회적 구조가 아직도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 

대충 웹서핑도 해보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미국 수정헌법 제13조(영어로 13th)라는 다큐멘터리를 찾게 되었다. 웬만한 다큐는 재미없어서 끝까지 한번에 보지 못하는데, 이 작품은 흡입력이 있어 거의 한번에 끝까지 봤다. (GRE에서 14th amendment 관련 지문에 고통받은 덕에 관심이 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구글에 쳐서 찾아보니 IMDb 8.3/10, Rotten Tomatoes 83%로 볼만한 작품인 것 같다. 감독은 에이바 듀버네이다. 생각보다 미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다큐멘터리다. (The film was nominated for dozens of awards, winning best documentary at the British Academy Film Awards and the Primetime Emmy Awards, a Peabody Award for excellence, and receiving a nomination for the Academy Award for Best Documentary Feature. DuVernay received a Primetime Emmy Award for her writing,.... Wow 놀랍다. 실제로 상도 엄청 많이 받았다. )

2016년 제작된 다큐멘터리라 최근에 이슈되었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긴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제시된 내용은 이것이었다.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이, 전체 재소자의 비율 중 25%를 차지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는 미국의 헌법 13차 개정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5년 12월, 13차 개정안으로 남부의 노예들이 대거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남부는 이 법안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고,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된 흑인들을 통제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13차 개정안에는 허점이 있었다. 

"Neither slavery nor involuntary servitude, except as a punishment for crime whereof the party shall have been duly convicted, shall exist within the United States, or any place subject to their jurisdiction."

--Thirteenth Amendment to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

위의 내용은 시민권에 관련된 내용이다. 언뜻 봤을 때는 좋은 법안 같아 보인다. 하지만 Bold-Faced된 글씨를 자세히 보면 죄를 저질러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시민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결국 흑인들을 범죄자로 만들면 문제 해결이다.. 기득권층 백인들이 이러한 허점을 놓칠리가 없었다. 

실제로, 이후 많은 흑인들이 언론에서 범죄자로 묘사되었으며, 심지어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 "The Birth of a Nation" 에서는 흑인이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다 백인 단체 KKK에게 공격을 당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흑인은 Blackface로 분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영화는 KKK의 폭발적인 인기에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The birth of a Nation 영화 중 KKK에게 끌려가는 흑인

흑인들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도 체포되기 일쑤였으며, 치안 강화의 목적으로 경찰은 흑인들을 대거 감옥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이들은 감옥 내에서 노동을 하며 노예와 비슷한 생활을 했다. 여기에 흑인을 2등 시민으로 인정하자는 어처구니 없는 짐 크로우법(1876-1965)까지 시행되면서 흑인들의 인권은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흑인의 대량 투옥을 의도한 정책들은 대통령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굉장히 원초적인 두려움으로, 언론을 이용해 이를 장악하면 쉽게 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다. 대통령들은 이를 이용했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재임한 리처드 닉슨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굉장히 경미한 마약도 단속하면서, 흑인 수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실제로 전 닉슨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마약과의 전쟁이 흑인을 투옥하려던 거였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 다음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재임한 로널드 레이건은 이를 심화시켰다. 흑인 노숙자들이 주로 마약으로 사용했던 흡입 가능한 코카인 "크랙"을 심하게 단속했고, 비슷한 양의 코카인과의 형량 차이는 약 100배가 났다. 이렇게 또 많은 흑인들이 감옥에 투옥되었다.

정점을 찍은 것은 빌 클린턴(1993-2001)이었다. (상당히 최근까지 이러한 흑인에 대한 정책이 펼쳐졌다니 놀랐다.) 빌 클린턴은 죄수가 법원에서 받은 형량의 85%를 무조건 복역하게 하고,  three-strike 제도를 도입하면서 재소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 중 대부분은 흑인이었다. 

과연 이러한 법안의 배후에는 누가 있었을까? 흑인의 차별만이 이 이유가 되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영상에서는 ALEC(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이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구성원은 정치인들과 기업가, 딱 봐도 어딘가 냄새가 난다. 이 단체가 법안 발의에 어떤 식으로 입김을 불어넣었을지는 뻔하다. 기업가들은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고, 정치인들은 기업가에게 유리한 법안을 발의했다. 

대표적으로 "정당방위법"의 통과로 총기를 파는 월마트는 굉장한 이익을 얻었으며, 교도소의 관리가 사설 경호업체에게 맡겨지면서 죄수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경호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이 기업들이 ALEC에 속해 있었다니 말 다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흑인들은 과잉 진압에 시달리고 있다. 흑인 남자의 1/3이 일생에 한번은 교도소에 복역한다. (백인 남자의 경우 1/17, 이 수치도 굉장히 높은데..)이러한 상황에 자신들을 모아줄 지도자까지 잃은 흑인들은 더 이상 그들 자신을 방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이번 조지 플루이드 사건으로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가 터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암묵적으로 인종을 차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1위의 경제 대국, 나름 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아직도 이러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좋은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고, 미국 국민들의 의식이 향상되길 바란다. 굉장히 생각할 부분이 많은데, 차차 생각해야겠다. 

결론: 흑인 차별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굉장히 추천할만한 다큐멘터리다. 

P.S. 가끔 중간중간 랩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노래가 좋은 것 같고, 굉장히 내용에도 알맞다. 찾아보니 Commom이라는 래퍼의 "Letter to the Free (Feat. Bilal)" 이라는 곡이 OST로 많은 상을 받았다. 

 

1959년, National Freedom Day인 2월 1일 Dr. Emanuel C. Wright과 젊은 Martin Luther King, Jr.가 세레모니에서 찍은 사진